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 실무: 심사원이 가장 집중적으로 보는 포인트

안전보건 경영시스템(ISO 45001 및 KOSHA-MS) 심사 현장에서 심사원이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핵심 영역은 단연 '위험성평가(6.1.2항)'입니다. 위험성평가는 단순한 안전 서류가 아니라, 사업장 내 모든 예방 활동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현장에서 위험성평가는 여전히 연례 행사처럼 서류상으로만 작성되고, 정작 현장의 실제 위험과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 역시 초보 관리자 시절에는 안전보건공단이나 컨설팅 업체에서 제공하는 표준 위험성평가표를 그대로 가져와 복사해 붙여넣기 식으로 작성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심사원 자격을 취득하고 수많은 심사를 치르면서, 심사원이 위험성평가표에서 무엇을 들여다보고 어떤 질문으로 진위 여부를 판가름하는지 명확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심사원이 위험성평가를 검증할 때 가장 집중적으로 보는 4가지 핵심 포인트와 현장 대응 실무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1. 정기평가와 수시평가의 구별 및 '변경관리' 연계 여부

심사원이 위험성평가 서류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이 평가가 언제, 어떤 계기로 실시되었는가"입니다. 많은 사업장이 매년 1회 정기 위험성평가는 제출하지만, 정작 사업장 내에 큰 변화가 생겼을 때 수행해야 하는 '수시 위험성평가'를 누락하여 지적을 받습니다.

ISO 45001 규격은 신규 기계·설비 도입, 작업 공정의 변경, 유해·위험물질 취급, 그리고 아차사고 및 산업재해 발생 시 반드시 수시 위험성평가를 실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심사원들은 단순히 정기평가표만 보지 않고, 지난 1년간의 설비 도입 이력이나 원재료 변경 이력, 그리고 8.1.3항(변경관리) 문서와 위험성평가 실시 날짜를 서로 대조합니다.

만약 현장에 새로운 로봇 팔이나 크레인이 들어왔는데 수시 위험성평가 이력이 없다면, 이는 즉시 부적합 정황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기계 설비가 입고되거나 공정이 바뀔 때는 작업 개시 전 반드시 '수시 위험성평가표'를 작성하고, 이를 변경관리 문서와 세트로 묶어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2. 현장 근로자의 실제 참여 증빙 (서명 이상의 실증)

두 번째로 심사원이 눈여겨보는 것은 '근로자 참여(5.4항 및 6.1.2.1항)'의 진정성입니다. 예전에는 위험성평가표 맨 뒷장이나 서명란에 현장 작업자의 이름 몇 개가 적혀있으면 그대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심사 트렌드는 형식적인 서명만으로 근로자 참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심사원은 평가표에 적힌 위험 요인의 내용과 문체를 보고 판단합니다.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책에 나올 법한 표준 문구만 적혀있으면 담당자가 책상에 앉아 혼자 작성한 것으로 의심합니다. 심사원은 현장 순회 시 작업자에게 직접 "이 공정에서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직접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까?", "위험성평가 회의에 참석해 보셨나요?"라고 직접 질문을 던집니다.

이를 완벽하게 방어하려면, 위험성평가 실시 전 '작업자 사전 의견 수렴서'나 현장 TBM 시간에 수집한 위험요인 제안서를 증빙 자료로 첨부해야 합니다. 현장 근로자가 자필로 쓴 "2번 라인 프레스 하부 유유출로 미끄러짐 위험"과 같은 생생한 피드백이 평가표에 반영되어 있을 때, 심사원은 비로소 실질적인 근로자 참여가 이루어졌다고 평가합니다.

3. 감소대책 수립 시 '통제계층(Hierarchy of Controls)' 적용 유무

세 번째 포인트는 발굴된 위험성에 대해 수립한 개선대책이 ISO 45001 8.1.2항에서 규정하는 '위험요인 제거 및 위험성 감소 우선순위'를 잘 따르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실무자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는 위험 요인이 발굴되었을 때 무조건 "안전교육 실시", "보호구 착용 철저", "주의 표지판 부착"과 같은 가장 낮은 단계의 대책만 남발하는 것입니다. 심사원은 이러한 대책을 보면 "근본적인 위험 제거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규격에서 요구하는 통제계층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제거 (Elimination): 위험요인을 완전히 없앰

2. 대체 (Substitution): 유해 물질이나 공정을 안전한 것으로 교체

3. 공학적 통제 (Engineering controls): 인터록, 방호장치, 환기설비 설치

4. 행정적 통제 (Administrative controls): 절차서 제정, 교육, 작업 순서 변경

5. 개인보호구 (PPE): 보안경, 안전화 등 착용

심사원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위험성 점수가 높은 항목에 대해 "가드레일 설치(공학적 통제)"나 "자동화 설비 교체(대체)"와 같은 상위 단계 대책을 우선 검토한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현실적인 예산 문제로 개인보호구 착용으로 최종 결론이 나더라도, 상위 단계 대책을 먼저 검토했던 회의록이나 검토서가 첨부되어 있다면 완벽한 논리적 방어가 가능합니다.

4. 개선대책 이행 여부의 지속적 추적 및 피드백(PDCA)

마지막으로 심사원이 확인하는 핵심은 위험성평가 후 '개선대책이 실제로 실행되었는가'입니다. 많은 사업장이 위험성평가표를 훌륭하게 작성해 두고, 개선 조치란에 "2026년 5월까지 방호망 설치 예정"이라고 적어둔 뒤 실행 여부를 입증하지 못해 지적을 받습니다.

위험성평가는 평가표를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행(Do)과 점검(Check)이 뒤따라야 합니다. 심사원은 평가표에서 '높은 위험'으로 분류된 항목을 2~3개 랜덤으로 추출한 뒤, 해당 현장 위치로 직접 찾아가 개선 조치가 완료되었는지 실물을 확인합니다. 또한 개선 조치 전·후 사진과 관련 예산 집행 영수증, 또는 완료 보고서를 요구합니다.

따라서 위험성평가 담당자는 평가 완료 후 반드시 '위험성평가 개선 이행 관리대장'을 별도로 운영해야 합니다. 개선 조치가 완료된 항목은 완료 사진과 함께 종료 처리하고, 진행 중인 항목은 사유와 변경된 완료 예정일을 명시하여 추적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심사원으로부터 "자율적인 개선 사이클(PDCA)이 완벽히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론

위험성평가는 심사원에게 보여주기 위한 단편적인 서류 작업이 아니라, 우리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음을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1년 간의 공부를 거쳐 심사원 자격을 취득하고 4년 차 베테랑이 된 지금, 저는 더 이상 평가표의 칸을 채우는 데 급급해하지 않습니다. 심사원의 시각에서 변경관리와 근로자 참여, 그리고 통제계층을 연계하여 위험성평가를 운영함으로써 현장의 실질적인 위험을 줄이고 심사 시에도 당당하게 우리 시스템의 유효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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